“건축은 끊임없는 나의 여정”

한양 동문이 뛴다

세계의 이목이 한국으로 향했던 2002한일월드컵. 세계 32개국에서 모여든 축구 스타들의 화려한 플레이와 그들간의 치열한 승부는 지구촌 60억 인구를 열광시켰다. 특히, 8강 길목에서 만난 우승후보 이탈리아와 연장 연전극은 세계 축구팬들에게 한국 축구의 매운 맛을 각인시킨 한편의 드라마로 회자된다. 당시 이영표의 크로스를 안정환이 헤딩 골든골로 연결해 승리를 확인하는 순간, 대전월드컵경기장 안에서 요동친 4만여 ‘붉은 파도’는 2002한일월드컵의 명장면으로 기록되고 있다. 하지만이각본없는 ‘드라마’는 경기장이란 ‘무대’가 없었더라면 연출이 불가능한 일이었다. 바로 그 감동의 무대였던 대전월드컵경기장을 설계한 주인공은 다름아닌 김지덕(건축 64년졸) 동문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건축설계사무소 중 하나인 (주)유신건축을 이끌고 있는 김 동문은 2002한일월드컵의 또다른 숨은 주역이었다.

주)유신건축은 설계뿐만 아니라 감리, 사업관리의 영역을 중심으로 국내활동은 물론 해외용역 등에도 참여하고 있는 종합설계 및 전문용역업체다. 대전월드컵경기장 외에도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시공감리, 밀양시 종합체육관 설계, 남양주시 종합운동장 설계등 스포츠 관련 체육시설과 교통운송관련시설, 공공업무시설 등에다양한 경험과 많은 실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굵직굵직한 사업을 수행하며 한국에서 주목받는 건축회사로 거듭나기까지 평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1981년초에 추진한 작업이 이익을 남기지 못함에 따라 회사가 쓰러지기도했던 것. 무일푼으로 전락한 김 동문은 친구집 2층으로 옮겨 새 출발을 다짐해야 했다. “왕창 망했었죠. 1981년에 일본 사람과 함께 이라크에 건물설계하러 갔었어요. 그 때 정부에서는 나가지 말라고 만류했었죠. 이란과 이라크가 전쟁 중이니 곤란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그런데나는거기서돈을벌수있고회사를키울수있다는생각으로떠났습니다. 그리곤 집도 절도 없을 정도로 망했어요.(웃음)”

김 동문은 공익을 저버리고 사익을 추구하기만 한 자신의 행동이 경솔했다고 회고한다. 정부라고 하면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구인데, 회사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한 결과였다는 것. 하지만 김 동문은 포기하지 않았고 다시 회사를 세우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10년간은 재회생을 위해 ‘올인’한 긴 여정이었다. 그러한 경험은 김 동문에게 소중한 교훈을 남겼다.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이 더운 열사의 나라에서 저 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많이 고생했습니다. 제가 대의를 너무 쉽게 생각한 대가였죠. 41년째 CEO 겸 전문 설계자로 활동하면서 제 마음 속에 확고하게 자리 잡은 마인드가 있습니다. 그것은 유능한 사람이 되더라도 마음 속에 있는 생각이 올바르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것이죠.‘정직하라. 그것이 실패로부터 얻은 최고의 가르침입니다”


최고의 역작, 대전월드컵경기장

그 이후 김 동문은 굵직굵직한 설계 및 사업을 맡으며 재조명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김 동문은 건설부장관 표창(1994년), 건설교통부장관 표창(2000년), 문화관광부장관 표창(2002년)등을 받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 지난 3월엔 한국 건설기술인의 날 기념 대통령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의 건축부문에 있어 김 동문의 노력이 곳곳에 스며있다는 사실에 대한 반증인 셈이다.

“설계를 해 보니까 이상한 점을 발견했어요. 지붕으로 관중석을 모두 덮도록 설계를 하니 햇볕이 차단 돼 잔디의 발육에 문제가 생기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축구연맹에 건의를 했죠. ‘안된다’고 딱 잘라 말하더군요. 국제축구연맹(FIFA)에 명시돼 어쩔 수 없다는 겁니다. 별수 있나요? 국제축구연맹에 직접 건의를 했습니다”

김 동문은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다녔다. 일본의 지붕개폐전문가와 국내의 공학전문가 사이를 오가며 기술적 자문을 구했다. 이러한 진정성을 갖고 설계한 내용에 대한 분석과 당위성을 국제축구연맹에알리고 건의했다. 그러기를 반복한 어느 날 국제축구연맹에서 원문으로 작성된 서신이 왔다.
“자신들이 받아들이겠다고 했습니다. 기술적으로 자문을 해 준 것에 대해서 대단히 고맙다는 말과 함께요. 원래 피파 규정은 ‘관중석을 모두 지붕으로 덮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제 건의대로 ‘50퍼센트 이상 덮어야 한다’라는 내용으로 규정 변경을 고려해보겠다는 거예요. 참 기쁘고 보람된 순간 이었죠”

그 밖에도 대전월드컵경기장은 여타의 경기장과는 다르게 ‘훌리건 방지용 홈’이 없다. 관중석과 경기장 사이에 깊은 홈을 파놓아 훌리건이 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관례지만 김 동문이 이 시설이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선수들이 격렬하게 몸싸움을 할 경우 자칫하면 그 홈으로 빠질 수 가 있다고 본 김 동문은, 턱을 만드는 것으로대신했다. 또한 음향 및 통풍, 비상시 관중들의 안전에도 신경을 썼다. 김 동문은 대전월드컵경기장은 (주)유신건축의 능력을 100퍼센트 발휘한 역작이었다고 자평한다.

“끊임없이 배우고, 또 배워야 합니다”

“사람을 기르고 싶어요. 지금까지 설계를 해오면서 깨달았던 점을 후배들에게 알려주면 후배들이 겪는 시행착오와 실수가 적어 더 큰 성과를 낳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미 외국의 경우엔 건축학분야에서 선, 후배와의 교류가 활발합니다. 후배가 선배로부터 배우는 것도 있지만, 선배가 후배의 ‘최신감각’을 익힐 수 있다는 상호 이점이 있죠” 김 동문이 본교 건축대학 총동문회 회장으로 부임한 것도 후배에 대한 사랑과 관심의 일환이다. 물론 이는 한국 건축학에 대한 김 동문 만의 애정으로 연결된다. 김 동문은 대학교란 교육만 받고 졸업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의 관심분야에 최고의 역량을 보일 수 있는 기간인 만큼 후배들과 끊임없는 교류를 통해 자기발전을꾀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미 외국에선 ‘컨티뉴드 에듀케이션 시스템’의 일환아래 선, 후배 간의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우리 일생동안 생활 할 수 있는 지식과 계획에 대한 실험정신을 발휘 할 수있는 곳이 대학이라고 김 동문은 강조한다.“건축철학 역시 끊임없이 배우는 과정에서 쉽게 정의 내릴 수 없는 것입니다. 건축 철학을 가지기 이전에 문화를 배워야 하고, 동시에 역사를 앎과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볼 줄도 알아야하거든요. 현재 저의 건축철학이 무엇이라고 딱 단정 지을 수가 없겠네요.(웃음)”

얼마 전, 영국의 BBC방송국에서 한국의 월드컵경기장에 대해 취재를 왔다고 한다. 그중에서 대전월드컵경기장이 방송 비중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재미있는 점은 정작, BBC방송국의 초기 취재 일정에는 대전월드컵경기장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한국에 와서 취재를 하던 중 BBC방송국은 대전월드컵경기장을 주목하게 됐고 결국엔 방송의 주요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해프닝’이 있었다고 김 동문은 말한다.
환하게 웃는 김 동문의 모습에서 실제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 외모와 넘치는 정력이 느껴졌다.

김 동문은 1주일 단위로 등산을 가서 한 주 동안 있었던 근심걱정을 다 털어버리고 또 다른 계획을 세우는 것이 도움이 된 듯 하다고 말한다. 그 밖에도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후배들과 끊임없이 교류하고, 또 배우고 있는 김 동문의 모습에서도 그 젊음의 원인이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김 동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학력 및 약력

김지덕 동문은 1964년 본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해 1966년에서 1980년까지 미 극동건설공병단설계실 및 주한 미 공군시설처설계실에서에서 근무했다. 그 과정에서 김 동문은 1972년 건축사 면허증을, 1978년에 건축시공기술사 자격을 취득해 1980년, 현재의 (주)유신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다. 이후 1992년 아시아건축가협의회(ARCASIA) 부회장, 1998년 대한건축사협회 국제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한 김 동문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건설부장관(1994년), 건설교통부장관 표창(2000년), 문화관광부 표창(2001년)을 받았으며 지난 3월 한국 건설기술인의 날 기념 대통령표창 수상하기도 했다. 대표적 활동으로대전월드컵축구전용구장 기본 및 실시설계 시공감리,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시공감리 등이 있다.

글쓴이

  • 신우승 취재 팀장
  • 김현곤 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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